[Weekly BIZ] 기후변화협상 '코펜하겐의 교훈'
브라마 첼라니(Brahma Chellaney)인도 정책연구센터 교수
지정학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단지 과학적 문제로만 인식해 접근
강제력 있는 국제협정 도출 위해선 美·中 간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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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마 첼라니(Brahma Chellaney)인도 정책연구센터 교수
기후 변화 협상을 위한 논의가 올해 다시 시작된다. 그 성공을 위해 우리는 작년 12월
코펜하겐 협상(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그
첫 번째 교훈은 기후 변화는 단지 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만
있다면 여러 지정학적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코펜하겐에서의 기대는 잘못됐다. 지정학적인 전략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기후
변화 문제를 효과적으로 논의할 수 없다.
코펜하겐 협상의 두 번째 교훈은 강제력 있는 국제 협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두 나라는 많은 측면에서 서로 다르지만,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서는 비슷하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전 세계 인류가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22~24%를 배출하고 있다. 둘이
합쳐 전 세계 온실가스의 46%를 배출하는 이 두 나라 사이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 협정을 체결하는 일은 훨씬
쉬울 것이다.
지난 코펜하겐 협상에서 중국은 작고 가난한 국가들 뒤에 숨어서 국제 사회의 압력을 영리하게 피해갔다.
중국은 또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 세 개발도상국과 함께 이들의 머릿글자를 딴'BASIC'이라는 연합 전선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정치적인 기회주의로 만들어진 BASIC이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인도보다 4배나 많다.
인도는 개도국에 적용되는 배출량 감축 의무 경감 문제와 관련,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과
역사적인 배출량이 객관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수출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관대한 기준을 원하고 있다. 앞으로 개도국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경감해 주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면 중국이 만든 이 동맹은 이내 쉽게 해체될 것이다.
코펜하겐 협상의 세 번째 교훈은 좀 더 현실적인 어젠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협상 때는 향후 20년 가까운 긴 기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문제에만 집중했다. 나머지 문제들은
아예 논의에서 배제됐다. 이제라도 기후 변화 어젠다를 좀 더 규모가 작고, 당장 다룰 수 있는 수준의 문제로 쪼개야 한다.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쿼터를 한번에 확정지으려는 과욕을 버린다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 문제를 생각해 보자. 에너지 비효율성은 제3세계 국가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미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상당히 비슷한 수준이지만, 미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일본의 2배에 이른다.
온실가스 문제의 약 20%는 산림 개간 때문에 생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큼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문제 역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열대림 1헥타르(㏊)는
이산화탄소 500t을 저장할 수 있다. 산림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일은 따라서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 요소다. 기후
변화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각국은 생태계 재건에 전략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열대림을 보전·육성하고, 습지대를 만들고
생태계에 중요한 생물종을 보전하는 일들이 대표적이다.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무분별한
토지 이용과 과도한 방목, 지표수(水)의 고갈과 오염, 지하수의 과도한 사용, 해안가 생태계의 악화, 비효율적인 관개(灌漑),
폐기물의 부적절한 관리, 생물 서식처 파괴 등이 환경 변화를 초래한다. 이런 환경 변화는 지구 온난화와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문제들은 기후 변동에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중단돼야 한다.
기후 변화와 환경 변화는 인류가 처한
위험을 서로 가속화시킨다. 국제 사회는 구속력 있는 전 세계 수준의 협약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는 동시에, 보다 창의적인
접근법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과 민간의 글로벌 파트너십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시작된 이후 국제사회의 경험에 비춰, 전 세계 수준의 목표를 정하는 것은 쉬워도 실제 각국에
적용하는 일은 훨씬 어려웠다. 지난 코펜하겐 협상의 결과 나온 구속력 없는 정치적인 공약조차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상회의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11시간 동안 이리 저리 끼워 맞춰진 소위 '코펜하겐
합의'의 장래도 더 어두워지고 있다. 전체 194개국 가운데 단지 55개국만이 올 1월 31일 마감에 맞춰 이 합의와 관련된
자국의 실행 계획을 제출했다.
기후 변화 어젠다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을 다뤘고 그 결과 중요 당사자들은 첨예한
이해관계와 경제적인 이슈 등 거의 모든 문제를 기후 변화와 연관시켰다. 있어서는 안될 일인데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이런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 한 기후 변화 문제가 해결될 여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