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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이코노미’ 국내 현장을 가다]<4>효성카테고리 없음 2010. 8. 10. 02:09
[‘그린 이코노미’ 국내 현장을 가다]<4>효성
“獨지멘스도 두손 든 해상용 설비 도전”
2009년 03월 16일
[동아일보]
머리카락 100분의 1 오차 잡아내는 정밀성 갖춰
발전기-급속기-타워 일관생산으로 시너지 효과
“녹색산업은 하늘에서 저절로 뚝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기존 산업이 유기적으로 받쳐줘야 가능하죠.”
10일 경남 창원시 효성그룹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에서 만난 권창환 풍력사업단 생산팀장은 이처럼 말했다. 그의 말대로 풍력발전기의 핵심 설비인 2MW급 발전기와 급속기(날개에서 받은 동력을 증폭시켜 발전기를 돌리는 기어 장비), 타워(발전기를 지상 67m 위로 받쳐주는 철제 몸통) 등은 모두 첨단기술을 갖춘 기존 연관 제품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효성은 초고압 전압기와 차단기, 전동기 등에서 수십 년간 쌓은 기술력으로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정부로부터 ‘해상용 풍력발전 국책과제’ 주관기업으로 선정됐다.
풍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손쉽게 전기를 뽑아낼 수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 현재 개발되고 있는 대체에너지 가운데 가장 빨리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1μm를 다투는 정확도가 생명
효성의 오랜 노하우가 풍력발전 설비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가 급속기의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치절(기어의 톱니를 깎는 작업) 및 연마(열처리 후 톱니를 다듬는 작업) 공정이다.
연마공장에 들어서자 치절 공정을 거친 직경 1m짜리 원형(링) 기어가 작은 방 하나만 한 연마장비 안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자 날카로운 디스크가 기어의 날을 자동으로 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공장 관계자는 “기어의 톱니 조도(거칠기)가 설계치수와 100분의 1이라도 어긋나면 아귀가 맞지 않아 기어 수명(보통 20년)이 크게 단축된다”며 “풍력발전 설비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으로 대형 연마장비 한 대 가격은 보통 25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기에는 총 14개의 기어가 들어가는데 급속기를 구성하는 기어가 망가지면 바람을 타고 날개가 돌아도 발전기를 돌릴 수 없다. 보통 2MW급 풍력발전기에 내장되는 급속기는 날개가 한 번 돌때 발전기를 125번 회전시킬 수 있다.
연마가 막 끝난 풍력발전 기어를 손끝으로 만져보니 톱니 안쪽은 겉으로 볼 때와는 달리 매우 매끄러웠다. 회사 측에 따르면 연마 부위의 표면 조도는 0.4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0분의 1mm). 머리카락 한 가닥의 두께가 약 100μm임을 감안하면 연마장비의 정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 굴뚝산업 기술력을 녹색 경쟁력으로
공장 한편에 쌓인 완제품 기어들 사이로 가운데가 뚫린 원형의 ‘내치 기어(톱니가 원형의 내부에 있는 기어)’들이 눈길을 끌었다. 모두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전용 기어다.
회사 관계자는 “내치 기어는 만들기가 까다롭지만 톱니가 바깥에 달린 일반 기어에 비해 중량이나 크기를 30%가량 줄일 수 있다”며 “최대한 가벼워야 하는 풍력발전기에는 필수”라고 소개했다.
부품의 크기와 중량이 줄면 생산원가도 낮출 수 있다. 이는 발전단가 대비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발전사업에선 중요한 요소. 만약 효성이 기어부터 발전기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지 않았다면 얻기 힘든 경쟁력이다.
통상 기어 생산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일반 기어만 공급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굴뚝산업의 경쟁력이 곧 녹색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권 팀장은 “발전기와 급속기, 타워를 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일관생산업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풍력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삼아
효성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연관 생산품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일반 전동기보다 에너지 소비효율을 대폭 높여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고효율 전동기’ 개발이 그중 하나다.
효성 측은 “국내 모든 전동기를 고효율 전동기로 바꾸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340만 t가량 줄일 수 있는데 이는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으로 약 1500억 원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이와 함께 풍력발전기 자체도 현재의 2MW급에서 바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5MW급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해상용 풍력발전기는 육상보다 바람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지형에 제약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개발비와 설치비, 유지보수비가 많이 드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 수준의 풍력발전기 회사들도 경제성을 이유로 5MW급 해상용 발전기 개발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지멘스는 아예 3.6MW급 이상의 풍력발전기 개발을 포기했다.
효성 풍력사업단 관계자는 “5MW급 발전기 업그레이드가 비용 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미 풍력발전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칼을 빼든 이상 과감한 투자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김상운 동아일보 기자 sukim@donga.com
▼전기 1kWh 생산비 풍력 107원 < 태양광 711원▼
풍력발전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어 가장 현실적인 대체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에너지별 발전단가는 kWh당 △태양광 711원 △연료전지 300원 △풍력 107원 △수력 84원 △무연탄 55원 △원자력 38원 등의 순으로 풍력의 발전단가가 기존 발전방식인 수력이나 원자력에 비해선 높지만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등 다른 친환경 대체에너지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고려한 실질단가를 보면 풍력의 경제성은 더욱 빛을 발한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고려한 화력발전 단가는 MWh당 60유로로 풍력발전 단가(MWh당 54유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태양광발전 단가는 MWh당 265유로에 이른다.
풍력발전은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물의 설치 면적도 석탄이나 태양광 등에 비해 적어 경쟁력을 갖는다. 매입해야 하는 터가 줄면 그만큼 발전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풍력발전의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통한 추가 이윤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일관생산 체제로 시너지를 거두고 있는 효성의 사례처럼 풍력발전이 성장하면 관련 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 예컨대 풍력발전 설비의 핵심인 발전기와 급속기 생산업체뿐만 아니라 타워의 재료를 공급하는 철강업체, 날개 관련 부품업체도 이윤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각국이 이 같은 풍력발전의 다양한 장점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최근 5년간 풍력산업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07년 말 세계 풍력발전 규모는 94GW로 같은 해 설비투자에만 총 500억 달러가 투입돼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액의 43%를 차지했다.
김상운 동아일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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