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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왜 `교육기부`인가카테고리 없음 2012. 2. 17. 00:30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 교육경쟁력을 부러워한다는데 우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아바타의 카메론 감독의 출현을 부러워한다. 솔직하게 들여다보면 학교와 학원에서 주는 엄청난 지식의 무게에 눌린 학생들, 그 지식의 의미도 모르는 채 반복해서 암기하고 시험 준비하는 학생들은 그들의 재능과 능력에 상관없이 좌절하기 십상인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미 몇 년 전에 한국교육을 벤치마킹하려고 왔던 노스캘로라이나 교육전문가들은 학생들 개개인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지 못하는 우리 교육이 경쟁력 없다며 혹평을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앞장 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기부에 몇몇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학교가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고 비판만 했지 훗날 기업을 이끌어갈 미래인재를 육성하는 일에는 인색한 편이었다. 기업이나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학교와 연계한 다양한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차제에 불기 시작한 교육기부가 지속되어 문화로 자리 잡고 효과를 거두려면 잘 꿰어 보배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개인이나 기관들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기부를 자율적으로 해야 지속가능한 기부가 될 수 있다. 한 다국적 혁신기업은 과학상자를 개발해서 전 세계에서 과학기술격차가 심한 학생들에게 직원들이 직접 과학체험 기회를 준다. 혁신기업 이미지에 맞게 과학기술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교육기부를 하고 있다.IT 혁신기업 중 하나인 HP의 엔지니어들이 이메일로 중ㆍ고등학생들의 과학프로젝트를 지도하던 온라인 멘토링이 국제텔레멘토프로그램(ITP, www.telementor.org)으로 성장했다. 여기 참여했던 한 학생은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학생들이 미래의 꿈을 실현하도록 돕고 학교를 떠났던 학생들을 돌아오게 하고 있다.
둘째, 쉽게 기부할 수 있고, 기부받은 교육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ITP가 1995년 이후 4만5246의 학생들을 성공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교사들과 멘토링에 참여하는 기업들, 그리고 참여한 엔지니어들을 잘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이 먼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전국적으로 확산하여 학생들에게 고루 기회를 주는 것도 교육기부의 성공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교육기부'의 효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현장은 교과과정과의 긴밀한 연계와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일생을 변화시키는 강렬한 순간을 만나도록 미래세대를 위해서 시간과 경험을 나누는 분들께 맡겨 보는 것도 좋다. 학교와는 다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교육기부의 의의가 아니겠는가!또 교육기부 현장은 공식적 교육은 아니나 효과는 학교교육을 보완하는 것 이상일 수 있다.학생들의 흥미와 상상력을 최대한 고취할 수 있되 학생과 기부자가 함께 다 만족해야 지속될 수 있다.
정부가 교육기부 기관도 인증하고 기업들과 양해각서도 체결해서 사회적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일을 벌이는 초기에는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기부 문화가 정착되려면 자발적 참여로 감동이 있는 다양한 방식과 내용을 담은 성공사례들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배움 공동체로 키워가야 한다. 건강한 교육기부 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집중과 헌신을 요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다 함께 해야 한다는 말처럼 교육강국으로 가는 길은 모두가 참여하는 긴 길이 성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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