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저만치 앞서 가는 독일 신재생 에너지
[중앙일보]
입력 2011.06.17 02:49 / 수정 2011.06.17 02:51
2020년 전체의 35% 충당 목표
정책 힘입어 자립가능 산업 성장
이미 가정 발전기 광고까지 등장
3단계 B2C 산업으로 발전 잰걸음
이우정
넥솔론 대표이사
이
달 초 독일 뮌헨에선 세계 최대 태양광 박람회인 인터솔라 2011이 열렸다. 올해는 특히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 이용에 관한 논의가 나라마다 뜨거웠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독일 메르켈 총리가 “2022년까지 독일의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태양광 산업은 원전을 대체할 유력한 에너지원이다.
인터솔라 2011을
계기로 논의되는 화두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국가의 미래 에너지원을 어디서 찾느냐다. 곧 원자력이냐 아니냐다. 독일·스위스처럼
비원자력을 선택한 국가는 후대에게 원전 처리비용을 떠넘기지 말고 지금부터 원전을 폐쇄하거나 사용하지 말자는 쪽이다. 반면
미국·프랑스 등은 현재 충분히 안전하고 저렴한 원전을 더 이용해야 한다는 쪽이다.
독일은 2010년 현재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의 40%인 7.4 GW를 차지하고 있다. 또 풍력 발전 누적 설치량도 지난해 말 27GW에 이른다. 202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의 35%를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이는 한국의 목표치 11%보다 약 3배 정도 높다.
독일 국민의 50% 이상이 원전 폐쇄에 동의하며 신재생 에너지 위주의 현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두 번째 화두는
보다 효율적인 신재생 에너지의 이용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각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보면
지금까지는 주로 발전 설비를 많이 설치하는 쪽이었지만 앞으로는 비용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틀고 있다. 원자력을 포함한 기존의
전통적 발전 방식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급속도로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위상도 덩달아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워낙 발전 원가가 높아 정부 지원 없이는 사업을 꾸려가기 힘들 정도였지만 올 들어선 자립 가능 산업으로 성장 중이다.
지속적인 기술 발전, 치열한 경쟁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기존 화력 발전 등에 근접하는 생산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독일 신재생 에너지 회사들은 일반 가정도 참여할 수 있는 가정 발전기 설치 시장 선점을 위해 이미 광고까지 시작했다. 비싼 비용
때문에 그간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던 전기 축전을 통한 전력 사용도 이번 인터솔라 박람회에서 새롭게 조명받았다. 물론 장밋빛 낙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독일에선 기존 발전회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향후 전력 생산을 예측하기 어렵고 기존 설비를
제거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며 신재생 에너지 설비 투자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도 매년 올라가는 전기 요금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뿐이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결국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회사들의 배만 불린다는
불만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유럽에선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유럽 수출에만 치중하지 말고 중국 내수 시장부터 먼저 확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똑같은 이유로 한국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태양광 전지 사업에 뛰어든 한국 대기업들에
대해 한국 내수 시장부터 먼저 성숙시키고 유럽 시장에 뛰어들라는 것이다.
독일에서 벌어진 이런 친환경 에너지 관련
논의들은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겪어야 할 일이다. 독일은 그런 논의들을 거쳐 이미 1단계의 정부 상대 산업, 2단계 시장경제에
입각한 산업에서 3단계 명실 상부한 B2C 산업으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독일은 2011년에 약 19조원을 친환경 에너지 소비에 지불할 계획이다. 저만치 앞서 가는 독일을 따라잡으려면 국내
기업들에도 든든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바로 내수 시장이다. 미래 신재생 에너지 경쟁을 위해서도 한국 에너지 정책의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우정 넥솔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