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6개 중소도시 가운데 인구 대비 의료서비스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곳은 강원 강릉시로 나타났다. 문화 및 여가서비스는 경기 부천시, 소비 및 유통서비스는 경기 성남시, 교육서비스에서 는 전북 남원시가 각각 인구 대비 인프라 수준이 가장 높다. 본보는 대한국토도시계획 학회가 지난달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 위)에 제출한 ‘도시민 전원 회귀 활성화를 위한 중소도시 연계지원방안’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전국 중소도시의 생활 인프라 수준을 비교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시(市 ) 가운데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수원시를 제외한 전국 76개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보건의료 △교육 △문화여가 △소비유통 △교통생활편의 서비스 5개 부문, 38개 항목을 비교했다. 연구팀장을 맡은 원광대 이양재(李洋宰 ·도시공학) 교수는 “중소도시 발전전략을 마련하기에 앞서 현황 파악을 위해 이 연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 보건소는 정읍이 가장 많아
연구팀은 보건의료서비스 인프라 분석을 위해 1000명당 약사, 의사, 종합병원, 특수병원, 병상, 치과, 보건소 수와 상수도 보급률을 활용했다.
강릉시는 압도적인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강릉에는 2004년 말 기준 운동치료 전문병원, 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병원 등 47개 특수병원이 있었으며 4개의 종합병원을 보유해 다른 시를 크게 앞섰다.
이어 경남 진주시, 전북 전주시, 경남 마산시, 제주 제주시 등의 순이었다. 전북 정읍시는 인구 대비 보건소 수(1000명당 0.31개)가 가장 많아 보건서비스 최우수지역으로 꼽혔다.
특수병원 수와 인구 1000명당 약사 및 병상 수는 도시 간 격차가 컸다. 평균 점수보다 높은 도시가 36개(47.4%)로 나타났다.
○ 미술관-전시관이 1개도 없는 도시
문화여가 서비스는 △공연시설 △전시시설 △골프연습장 헬스클럽 무도장 수영장 등 여가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를 분석 지표로 삼았다. 3개 분야를 합친 종합 점수에서 1위는 부천시가 차지했다. 부천은 모든 분석지표에서 고른 점수를 보였다.
공연시설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도시는 충북 청주시. 공연장을 12개나 보유하고 있어 전체 공연장 수나 인구 대비 비율 등 모두에서 우위를 보였다.
전시시설은 충남 공주시와 강원 강릉시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반면 2004년 말 현재 충남 계룡시, 경기 오산시 등 32개 도시에는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이 전혀 없다.
공연 및 전시시설은 평균 수준에 미달하는 지역이 각각 54개(71.1%)와 52개(68.4%)로 38개 조사항목 중 평균 미달 도시가 가장 많았다.
○ 5개 부문 평균 이상인 도시는 4개뿐
소비유통서비스는 시장, 쇼핑센터, 할인점, 백화점 수를 기준으로 했다.
소비유통서비스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도시는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에 쇼핑몰이 집중돼 있어 시장, 쇼핑센터 등이 35개였고 인구와 대비해서도 가장 많았다. 소비유통서비스 부문에서는 50개 도시(65.8%)가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교육서비스 부문 점수는 전북 남원시가 가장 높았다. 초중고교와 대학의 교원 1인당 학생 수와 유치원 및 보육시설, 사설학원 수강생 수 등 6개 분석지표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보였다. 사설학원 수강생 수 등은 도시별로 차이가 컸다.
교통시설과 생활편의시설을 합한 교통 생활편의서비스 부문에서는 교통시설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강원 삼척시가 1위였다. 생활편의시설에서는 역시 관광도시로서 금융시설과 관광호텔 공원시설이 풍부한 제주 서귀포시가 가장 우수했다.
5개 부문 모두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곳은 전남 목포시, 전북 익산시, 강원 원주시와 춘천시 등 4개에 불과했다.
○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프로젝트에 활용
이번 분석은 2004년 12월 말 현재 한국도시연감의 통계를 기초로 이뤄졌다. 균발위와 연구팀이 1년 정도 협의해 중소도시의 생활서비스 실상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지표를 골랐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표가 인구 1000명당 수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인구가 줄어든 곳이 되레 높은 점수를 받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에 참가한 순천향대 양광식(梁光植 ·행정학) 교수는 “주로 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를 중심으로 이뤄져 질적인 분석이 없는 것이 한계”라며 “앞으로 평가지표를 더 개발해 조사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균발위 관계자는 “이 조사 결과를 앞으로 살기 좋은 지역 프로젝트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이번 조사 데이터를 입수해 지리정보시스템 (GIS) 활용기법을 활용해 도시별 서비스 수준을 추가 분석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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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김제 나주 문경 등 14곳 ‘고령 도시’▼
전국 중소도시 76개 가운데 14개는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나타났다. 한국의 전체 노인인구 비율은 7.9%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경북 상주시의 노인인구 비율이 19.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북 김제시(18.6%), 전남 나주시(18.5%), 경북 문경시(17.6%), 전북 정읍시(16.9%)의 순이었다.
유엔은 전체 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전체적으로는 아직 고령화사회 단계. 그러나 젊은층이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대거 이동한 탓에 많은 지방도시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반면 경기 시흥 안산 오산시 등 수도권 일부 도시의 노인 인구 비율은 5% 미만이었다.
경기 부천시는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말 현재 km²당 1만5936명이 살고 있다. 이어 경기 안양 광명시, 경북 경주시, 경기 성남시 등의 순으로 인구밀도가 높았다.
전국에서 서비스업 종사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기 과천시였다. 전체 인구 6만2218명 가운데 2만2951명(36.9%)이 음식, 숙박, 관광, 금융업 등 3차산업에 종사한다. 정부과천청사와 과천시청 등 관공서 공무원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이 발달했기 때문.
제주 서귀포시, 강원 속초시, 전남 목포시 등 유명 관광지가 있는 지방 도시의 서비스업 종사자 비율도 높았다.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수요자의 관심이 큰 인기지역은 낮은 반면 비인기지역은 높은 편이었다. 경기 성남시(78.4%), 고양시(84.0%), 과천시(92.4%), 안양시(94.3%) 등은 주택보급률이 100% 미만이었다. 반면 파주시(132.9%), 화성시(130.3%), 안성시(130.0%), 양주시(129.7%) 등은 크게 높았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