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육이 글로벌 교육이다
이영식 (경희대 응용화학과 교수, 녹색교육사업단장)
평평하고 뜨겁고 붐비는 지구라는 리처드 프리드먼의 최근 저서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교양과정에 이르기까지 한가지 인식을 분명하게 해준다. 이제 전세계의 이웃들과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고 우리들의 어떤 행동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코펜하겐 협약에서 문제점에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해결책에 합의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많은 세계인들은 실망을 나타내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어떤 강대국도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온실효과나 기후협약의 원인과 대책, 그 효과에 대해서 모두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거리를 보면 많은 캠페인이나 구호들이 녹색생활과 녹색실천, 녹색산업, 녹색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여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코펜하겐 협약 결과에 대해서 평가를 하기 전에 우리는 이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념과 원칙에 따라 다수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와서 이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 보다는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은 수학공식이나 영어 단어를 하나 외우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 에너지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각자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내고, 그것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작게는 내 가족 크게는 지구 전체를 위해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행동지침을 가르치고 그것을 기계적으로 따르게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적절한 상벌 방식을 활용하면 이런 행동지침을 널리 지키게 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좀 더 다른 방법으로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보다는 왜? 라는 질문에 대해서 학생들이 직접 고민하게 하고, 스스로 다양한 어떻게?에 대한 대답을 만들어 내게 하여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각급 학교에서 입학선발 방식으로 입학사정관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나, 입학사정관 제도에 걸맞는 평가 요소를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시험이나 성적으로 더 쉽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일부러 여러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비효율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 전체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지속적으로 해내는 학생들의 모습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고 자료로 제출된다면 평가요소로 매우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고등학교 시절에 환경보호 운동을 시작한 대니 안의 경우를 보자. 그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환경운동을 시작하였지만 거창한 것이 아니고 본인이 자신의 여건에 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을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해낸 것이다. 당연히 그의 이야기는 여러 언론의 관심을 끌었고, 그는 미국에서 대학 입학지원서에 자신의 경험이나 관심을 적는 칸에 그 이야기를 썼을 것이다. 그의 과학교사는 대니 안의 여러 활동에 대해서 썼을 것이고, 대닌 안의 지원원서를 받은 대학입학사정관은 대니 안이 대학에 오면 환경문제, 국제정치, NGO 활동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쌓은 뒤 그 분야에서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입학허가서를 줄 것이다.
우리의 교육목표는 홍익인간에 두고 있다. 널리 세상에 이롭게 하라는 이런 목표에 맞는 교육, 평가, 입시가 이루어 진다면 우리의 교육문제는 다른 측면에서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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