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교육과 모델 교과서
이영식 (녹색교육사업단장)
저탄소 녹색성장이 전지구적인 화두이다. 우리가 녹색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경제적 성장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면서 온 인류가 모두 잘 살고자 하기에는 지구의 자원이 유한하고, 설령 순간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우리 미래세대에게는 그와 같은 여유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넘쳐 흐르던 석유를 생각해 보자. 우리 아들 딸 세대가, 아니면 손자 손녀 세대가 과연 지금처럼 석유를 사용할 수 있을까? 그들은 석유를 낭비해버린 할아버지 할머니를 원망하게 되지는 않을까? 이처럼 경제적 성장은 국가간의 분배와 세대간의 분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녹색성장은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모두 같이 고민하고 공평하게 자신들의 해야할 일을 나누어 맡아 실천해야 하는 과제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결코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변화를 미래 사회의 주역인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체험하게 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녹색성장 교육, 녹색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먼저 녹색성장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정책을 펼치고 있다.
녹색교육은 넓은 의미로는 학교와 평생 교육의 새로운 청사진으로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녹색생활 양식을 체득하는 것을 의미하며, 좁은 의미로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녹색성장에 필요한 실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학교교육을 뜻한다. 어느 경우에나 녹색성장 교육은 자연 환경과 어우러지는 삶의 방식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사회 변화를 녹색성장의 기준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을 보유하며, 지역 및 지구 환경 문제의 예방 및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건강한 시민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찌기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자연보호,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는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도 반영되어 "환경" 교과가 신설되고 관련 교육과정, 교과서, 교사 등을 조직적으로 보급하고 양성하였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와 소극적인 환경보존은 환경문제가 성장의 그늘에 놓이는 상황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내게 되었다. 1987년 유엔 세계위원회는 <우리 공동의 미래> 라는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이 필요하다고 성장제일 주의에 대한 반성을 제기하였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많은 노력과 이론 정립이 이루어져 왔지만 성장과 발전을 강조하는 전지구적 흐름 앞에서 매우 느리게 대응하고 있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북유럽 국가들은 성장을 추구하면서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녹색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 수업에서 이 개념을 가르치고 실제 삶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결정하고 처리해야 할지를 미리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2009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는 녹색성장 교육 활성화방안 보고에서 환경 교육, 지속가능한 성장을 아우르는 녹색성장 교육을 정의하고 그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였다. 그해 11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녹색교육사업단(단장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 이영식 교수)을 선정하여 녹색성장 교육을 체계적으로 구현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녹색교육 사업단은 2009년 말부터 다양한 녹색교육 정책 개발과 사업을 펼쳐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여름 <환경과 녹색성장> 모델 교과서를 제작하고, 여러 교과와 교과외 활동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녹색성장> 교육 리소스북을 제작한 것, <녹색성장> 교원 선도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시범 실시한 것이다.
모델교과서의 내용 및 특징
모델 교과서는 교육과정 해설서의 모든 부분을 다 담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내용이 다듬어진 기존 환경 관련 교과서에 포함되어 있던 부분으로 이미 기존 교과서에서 잘 다루어진 부분들을 다시 모델 교과서로 만들 필요를 느끼지 않아 그 부분은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모델교과서는 <환경과 녹색성장> 교과서의 전체 내용 체계 중 <환경> 교과목에 없던 신설 단원을 중심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을 처음으로 교과서에 도입하였고, 환경프로젝트 단원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탐색하고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의,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모델교과서 일 단원 ‘환경프로젝트’는 프로젝트의 의미와 수행과정을 사례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였다. 학생들은 스스로 프로젝트를 계획, 수행하고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 있다. 특히 프로젝트 수업의 다양한 방법론과 사례들을 본문 중에 삽입하여 개념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생하게 진행할 수 있고 시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도할 수 있게 하였다. <환경과 녹색성장> 과목은 그 성격상 실천이 따라야 더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체험활동의 방법론으로서 프로젝트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 적절한 내용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만약 창의성과 인성을 교과에 적용하는 예를 찾자면 <환경과 녹색성장> 각 단원에서 제시한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처럼 좋은 예도 없다. 주어진 환경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창의적으로 강구하거나, 녹색 성장을 위해서 고려해야할 이웃 혹은 후손, 자연과의 교감에서 인성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 이 단원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사회’에서는 녹색성장의 개념과 필요성, 발전가능성, 친환경 인프라 등을 다루고 있다. 각 소단원에는 한 가지 이상의 활동과 읽을거리, 깊이알기 등을 삽입하여 학생들의 주체적이고 깊이 있는 학습을 유도하고자 하였다. 특히 이 단원은 과학, 기술, 건축,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등이 다양하게 관련된 주제들을 다룬다. 전통적인 문과 이과 구별에 따른 접근 방식을 탈피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더 많은 흥미를 줄 수 있도록 하였고, 세부내용이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였다. 이 단원을 읽은 이공계 학생이나 교사는 기술이나 환경 관련 내용이 평이하다고 느낄 수 있고, 경제학과 경영학, 사회학 관련 내용은 신선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문과 배경으로 훈련 받은 학생이나 전문가는 그 반대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신선함이 바로 <환경과 녹색성장> 교과가 좁은 의미의 환경학이나 환경공학에서 인간의 삶 전체를 다루는 학제간 과목으로 정의되어 지는 첫 걸음이 아닌가 한다.
제 삼 단원 ‘녹색사회로 가는 길’에서는 학생들이 개인,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녹색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실례를 제시하였다. 또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녹색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 실천 방법도 개인 차원에서부터 국제적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제시된다. 학생들로 하여금 나 혼자만 착실하게 잘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환경과 녹색성장의 또 다른 측면을 강조하고, 국가 전체가 세계 전체가 함께 행동하여 변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단원이 되었으면 한다.
모델 교과서의 제한된 지면으로 다 담지 못한 많은 자료들이 있다. 이들 중에서 일부는 <녹색성장> 리소스북 형태로 초등과 중등 수준이 제작되었고, 거기도 수록하지 못했던 많은 내용들은 2010년 녹색교육 사업단이 개설한 웹페이지(http://www.gerc.or.k/) 를 통해서 제공할 계획이다.
모델교과서의 기대 효과
모델 교과서는 많은 의미와 기대 효과를 가진다. 첫째, 모델 교과서는 <환경과 녹색성장> 교과서의 편집과 제작에 참고자료 역할을 한다. 실제로 모델 교과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출판사가 <환경> 교과서를 보완 수정한 <환경과 녹색성장> 교과서를 준비중인 것을 알게 되었다. 모델 교과서는 이들 교과서 출판사나 집필자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조심스러운 것은 모델 교과서가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나 다양성을 제한하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다. 모델 교과서는 많은 분들이 생각은 했지만 실천하기 어려웠던 학제적 접근, 여러 관련 전공자들의 참여를 통해 녹색성장 관련 교과서를 만든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 발자국을 떼었을 뿐이다.
둘째, 2010년 모델교과서와 리소스북을 통해서 제공되는 <녹색성장> 교육 관련 자료들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녹색성장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연스레 녹색성장 교육의 표준으로 활용될 것이 기대된다. 지난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우리나라 ASEAN 과학영재 교육센터와 인도네시아 과학기술부 공동 주최 <녹색성장 및 과학영재 포럼>에서 <환경과 녹색성장> 모델 교과서와 리소스북은 인도네시아측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천혜의 자원을 보호하면서 경제성장을 해야하는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고민과 교육 현장의 요구가 너무도 절실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 모델 교과서나 리소스북 내용을 제공하거나 공동으로 개선하고 교사와 학생 연수를 실시하는 등 모델 교과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201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