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일자 : 2010-06-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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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 경희대 교수 국제정치학
경제 개발과
환경보호가
상충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해답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위한 투자와 생산을
통해 환경보호와 경제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기존 환경보호론자의 시각에 대한
정면적인 도전이고 녹색을 진보가 아니라 보수의 시각으로 수용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녹색성장을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 기회를 만들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16일 출범한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
는 바로 이러한 전략에 기초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GGGI를 정부간 협정을 통해 국제기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우선
인도네시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3국에 녹색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구상이 성공하면
한국이 설립을 주도한
최초의 국제기구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며, 대한민국은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GGGI의 설립과 발전을 통해 녹색성장 이니셔티브를 어떻게 세계적으로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난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녹색성장의 거점으로 만들려는 이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건을
특별히 강조해 둔다.
우선, 녹색성장이 진정으로 녹색이라는 사실을 기존의 환경론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녹색과 성장이 상충적이라고 굳건히
믿는 이들에게 녹색과 성장이 어떻게 같이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설득해야 한다는 말이다. 녹색성장 패러다임이 환경론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이 패러다임의 세계적 확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의 과도한 이념화·정치화의 현실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환경보호를 위한 투자를 비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성장론자들의 인식과 행동을 바꿔 놓는 일도 시급하다. 녹색성장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길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은 기업들이 실제로 그렇게 행동을 할 때에만 가능하다. 물론
세계적 환경보호 기준의 강화와 그에 대한 국민의 커지는 요구를 감안할 때 환경과 경제를 조화시키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생존경쟁에 직면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통한 유인과 규제가 적절한 수준으로 확립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하나, 선진국과 개도국이 세계적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한국이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적 환경보호 체제의 확립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치열한 이해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다.
개도국들은 환경 기준의 강화가 자국의 경제 발전을 저해할 것을 우려하고,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불참이 무임승차라고 비난한다.
이러한 대립의 핵심적 이슈가 곧 선진국으로부터 개도국으로의 환경 관련 기술 이전
문제다. 녹색성장 패러다임과 대한민국의 역할은 이러한 갈등 구조를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녹색성장은 참으로 중요한 이슈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녹색성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다른 어떤 치적보다도 빛나는 업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