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월 16일 `동아시아 기후 포럼`에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창립을
공식 선포했다. GGGI는 녹색성장 이론을 체계화하고 세계에 전파할 목적으로 우리나라가 만든 국제연구소다. 정부는 "한국에 본부를
둔 역사상 최초의 국제기구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출범 선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세계적인 연구소 탄생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환경론자들은 정부의 녹색성장 계획을 비난하며 정부가 기존 사업에 녹색이라는 말만 붙여
놓았다고 주장한다.
왜 정부 정책의 진정성은 신뢰받지 못하는 것일까? 이해관계자들과 국민으로부터 이처럼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모순적 사업 추진과 정책 홍보 때문이 아닐까? 녹색성장 정책만 해도 우리는 유엔의 환경프로그램 권고치 2배인 GDP의 2%까지
투자하면서 녹색성장을 주도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GGGI를 국제기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나라들을 참여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다른 나라들을 동참하게 하려면 그들의 눈에 한국의 객관적 녹색환경 평가가 어떻게 비쳐질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2010년 환경성과지수(EPI) 조사에서 OECD 회원국 30개
중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항목에서 아주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총 1억4600만배럴 규모의
석유비축기지 준공을 성대하게 공표했다. 이는 우리 국민 전체가 158일간 사용할 수 있는 석유제품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지식경제부는 2010년 해외 자원 개발에 120억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정부는 여전히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통계적으로도 한국은 총 탄소배출량 세계 7위이고, 세계 2위 석탄 수입국이며, 세계 5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국가 에너지 사용의
84%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세계 최초로 녹색성장이론을 전파하는 주도국으로서 한국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과연
어떨까?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인가? 전형적인 `그린워시`(Green Wash)를
녹색성장이란 이름으로 세계화한다는 비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정책은 보여주기 위해, 생색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촌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 우리만의 국제연구소
설립을 선포하면서 `역사상 최초의 국제기구`이며 `녹색정책으로 국제사회 주도`라는 수사적 기교와 과장은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순된 현실을 뒤집고 녹색성장이란 역발상 전략으로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켜
세계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업적을 이뤄낼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김성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